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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이달 중 발의 예정인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윤곽이 드러나며 전국적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별법 지원은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요건을 충족하는 노후 택지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일단 시장에서는 호재로 인식하며, 정부가 깔아준 판에 개발이 탄력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감지된다. 다만 정부는 이미 다수 구역이 정비사업에 나선 만큼, 동시다발적인 재건축 수요 발생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선을 그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택지조성사업 이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의 택지는 전국에 총 49곳이다. 여기에 면적이 100만㎡에 달하지 않아도 인접·연접 지역을 묶어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특별법을 적용하는 곳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 심의, 리모델링 일반 분양 확대 등의 특례를 받는다.

 

법안은 형평성 논란을 고려해 적용 대상을 1기 신도시에서 노후 택지까지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는 1980년대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조성됐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긴 곳이 많아 재건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1기 신도시뿐 아니라 노후 구도심도 안전진단, 용적률 등 규제 완화를 지원받을 길이 열려,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는 목동, 상계 외에도 강남구 개포·수서동, 노원구 중계·중계2동, 중랑구 신내동, 강동구 고덕동, 광명 철산·하안동, 수원 영통, 인천 구월·계산동 등 지구가 적용 대상이다. 지방에서는 대전 둔산·노은, 광주 상무, 부산 해운대, 대구 성서지구 등이 포함된다.

 

특별법에 따른 사업 추진 여부는 각 지자체의 판단에 달려, 곳곳에서 개발 광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벌써부터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특별법 적용 가능 지구의 대장주를 가리거나, 재건축 사업 추진 단지의 사업성 개선을 기대하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광명시 하안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은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시에서 워낙 밀어주는 만큼, 특별법이 추진되면 현재 예비안전진단만 통과한 단지도 재건축이 빨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재건축 추진 여부와는 별개로, 일단 호재라고 입 모은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현재도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인데 입지가 좋은 지역의 경우 상당한 메리트가 될 것”이라며 “금리가 좀 더 안정되면 확실한 호재가 될 수 있어 중장기적 효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시장 과열 시기와 비교하면 제한적이나, 호재로서 기대감에 대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정부는 대규모 재건축 수요가 일시에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안전진단 통과 등 정비사업에 상당히 진척이 이뤄진 단지의 경우, 특별법을 통해 다시 사업 초기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며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종 상향과 용적률 완화도 가능해, 특별법을 적용받을 대상은 (요건을 충족하는) 49곳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로 일시에 재건축 수요가 발생한다는 관측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기본계획을 만들고 이주대책을 세워야 하는 만큼, 인근 지역의 영향을 고려해 각 지구의 사업 속도 조절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 상황과 법 통과 여부도 변수다. 이용만 교수는 “재정비에 따른 수익성이 전제가 돼야 하는데, 지금 시장 상황을 보면 당장 재건축 추진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금리와 경기둔화, 주택 구입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의와 법안 통과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